음주운전 의심 신고만으로 경찰이 음주측정을 할 수 있나
30초 요약
-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는 무제한이 아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측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 그 요건을 갖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의 음주측정거부죄가 된다. 법정형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혈중알코올농도 0.2퍼센트 미만 구간의 음주운전보다 무겁다.
- 2026년 5월 언론에 보도된 1심 판결에서는, 제3자의 추측성 신고와 운전이 끝난 지 2시간 뒤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모습만으로는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측정거부에 무죄가 선고됐다.
- 그러나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는 사후에 법원이 판단한다. 현장에서 운전자가 스스로 “요건이 없다”고 판단해 거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통상의 경우 측정 거부는 그 자체로 범죄이며, 면허도 취소된다.
왜 이 질문이 헷갈리는가
정부 안내 자료나 캠페인 문구는 대개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처벌받는다”에서 끝난다. 처벌 수위는 자세히 적혀 있는데, 경찰이 측정을 요구할 수 있는 요건은 잘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경찰이 요구하면 무조건 불어야 한다”고 이해한다.
현장 실무도 그 이해를 강화한다. 112에 음주운전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관은 출동해서 측정을 요구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반면 법 조문과 법원은 요구 자체에 요건을 걸어 두었다. 이 둘 사이의 간격에서 분쟁이 생긴다.
정리하면 구조는 3단이다.
- 경찰의 측정 요구에는 요건이 있다. ‘상당한 이유’다.
- 요건을 갖춘 요구를 거부하면 음주운전과는 별개의 범죄가 성립하고, 법정형이 상당수 음주운전 구간보다 무겁다.
- 요건이 없는 요구였다면 거부해도 측정거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그 판단은 수사와 재판을 다 거친 뒤에 나온다.
1. 측정 요구의 요건: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의 ‘상당한 이유’
제44조는 이렇게 짜여 있다.
| 항 | 내용 |
|---|---|
| 제1항 |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노면전차·자전거 운전 금지 |
| 제2항 | 경찰공무원의 호흡조사 측정 권한과 그 요건, 그리고 운전자의 응할 의무 |
| 제3항 | 호흡조사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에 대해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으로 재측정 |
| 제4항 |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 이상 |
| 제5항 |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로 술을 마시는 등의 음주측정방해행위 금지 |
| 제6항 | 측정의 방법·절차 등은 행정안전부령으로 위임 |
핵심은 제2항이다. 조문은 경찰공무원이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제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다고 한 뒤, 곧바로 “이 경우 운전자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고 덧붙인다.
응할 의무가 앞 문장의 요건에 매달려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요건 문장과 의무 문장이 같은 항 안에 순서대로 놓여 있으므로, 요건이 갖춰졌을 때 의무가 생기는 구조로 읽힌다.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 다투어지는 지점은 거의 언제나 “그때 상당한 이유가 있었느냐”다.
‘상당한 이유’는 확신이나 증거를 요구하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막연한 의심으로 채워지지도 않는다. 술 냄새, 비틀거림, 붉어진 얼굴, 발음 상태 같은 외관, 운전 장면의 목격, 사고 정황, 신고 내용의 구체성 같은 것들이 함께 놓여 판단된다.
2. 요건을 갖춘 요구를 거부하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
측정거부죄는 음주운전죄와 별개다. 술을 마셨는지 여부가 끝내 밝혀지지 않아도 성립할 수 있고, 법정형은 낮지 않다.
| 행위 | 근거 조문 | 법정형 |
|---|---|---|
| 음주측정 거부, 음주측정방해행위 | 제148조의2 제2항 |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 벌금 |
| 음주운전, 혈중알코올농도 0.2퍼센트 이상 | 제148조의2 제3항 제1호 |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 벌금 |
| 음주운전,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 | 제148조의2 제3항 제2호 | 1년 이상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 벌금 |
| 음주운전,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 | 제148조의2 제3항 제3호 |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
표를 세로로 훑으면 왜 “측정을 거부하면 더 손해”라는 말이 나오는지 보인다. 측정거부의 하한(징역 1년, 벌금 500만원)은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 구간과 같고, 상한(징역 5년, 벌금 2천만원)은 0.2퍼센트 이상 구간과 같다. 즉 측정을 거부하면 처음부터 가장 무거운 구간에 가까운 형량 범위에 놓인다.
몇 가지 덧붙일 점이 있다.
- 제148조의2 제2항은 운전 수단을 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경우로 한정한다. 자전거 음주운전은 이 조항이 아니라 다른 조항의 범칙금 문제로 다뤄진다.
- 같은 조 제1항은 제44조 제1항·제2항·제5항을 위반해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안에 다시 위반한 경우를 가중한다. 측정거부 전력도 여기에 포함된다.
- 2026년 4월 시행된 개정으로 같은 조에 약물 운전과 약물 측정 거부에 관한 항이 더해졌지만, 음주측정 거부는 그대로 제148조의2 제2항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오래된 글을 볼 때 항 번호를 한 번 확인하는 편이 좋다.
- 형사처벌과 별개로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3호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데도 측정에 응하지 않은 경우를 필요적 취소 사유로 정한다. 행정청에 재량이 없다.
3. 그래서 “신고만 들어와도 측정해야 하나”
2026년 5월 여러 매체가 보도한 1심 판결이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뤘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 운전자는 2025년 6월 어느 날 저녁 8시 12분경 음식점에서 운전을 마친 뒤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 같은 날 밤 10시 1분경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같은 음식점에 있던 사람으로, 운전자가 위협적으로 행동한다는 이유가 겹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 밤 10시 30분경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요구했고, 운전자는 운전을 마친 뒤에 술을 마셨다며 응하지 않았다.
- 검찰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으로 기소했고,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이 든 이유는 요구 시점에 경찰관이 가지고 있던 정보의 내용이다. 보도된 판시에 따르면, 당시 확보된 정보는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제삼자의 추측성 신고와 운전 후 2시간이 지나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피고인의 모습뿐”이었고, “이런 정황만으로는 상당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주관적 의심만으로 음주 측정 의무를 인정하게 되면 악의적인 목적으로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하는 것만으로 무고한 시민을 강제 수사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며, “이는 시민의 평온권을 해치고 사법 공권력을 개인의 보복 수단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고 했다. 신고 제도가 사적 보복의 도구가 되는 상황을 경계한 판단이다. 형사법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따른 결론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여기서 정확히 읽어야 할 것이 있다.
이 사건은 “신고만으로는 언제나 측정 요구가 위법하다”는 뜻이 아니다. 판단 대상은 그 시각, 그 장소에서 경찰관이 실제로 가지고 있던 정보의 총량이었다. 신고 내용이 구체적이었다면, 운전 장면을 본 목격자가 있었다면, 운전 종료와 음주 개시 사이 간격이 짧았다면, 외관상 취한 정황이 뚜렷했다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판단은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이뤄진다.
또한 이 판결은 1심 판단이다. 이후 절차에 관해 공표된 자료는 없다.
4. “운전 끝나고 마셨다”는 주장은 왜 그렇게 다투기 어려운가
운전을 마친 뒤에 술을 마셨다는 주장을 흔히 사후 음주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 두 힘이 있다.
한쪽에서 보면 사후 음주는 수사기관에 불리하다. 측정 시점의 수치가 나와도 그것이 운전 당시의 수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혈중알코올농도를 시간에 따라 역산하는 이른바 위드마크 공식은 음주 시각과 운전 시각의 선후가 정해져 있을 때 쓰는 도구다. 운전이 끝난 뒤 술이 더 들어갔다면 측정값에서 운전 당시 값을 뽑아내기 어렵고, 법원은 이런 경우 역추산에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다른 쪽에서 보면 그래서 이 주장은 늘 정면으로 검증된다. 운전 종료 시각, 음주 시작 시각, 신고 시각, 술을 마신 장소와 양이 하나하나 대조된다. 매장 폐쇄회로 영상, 결제 내역, 주문 기록, 통화·메시지 기록, 동석자 진술이 모두 대상이다. 사후 음주 주장이 이런 자료로 뒤집히면 원래의 음주운전 혐의는 물론이고 신빙성이 무너진 만큼 양형에서도 불리해진다.
2024년 신설되어 2025년 6월부터 시행된 제44조 제5항은 이 지점을 겨냥한다.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로 술을 마시거나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약품 등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다. 이를 어기면 제148조의2 제2항에 따라 측정 거부와 같은 법정형이 적용된다.
즉 지금의 법 상태는 이렇다. 운전이 끝난 뒤에 마신 술은 그 자체로 죄가 아니지만, 측정을 피할 목적으로 마신 술은 별도의 범죄다. 두 경우를 가르는 것은 마신 시점이 아니라 목적과 그 앞에 놓인 정황이다.
5.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이 글에서 가장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라 따로 적는다.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는 나중에 법원이 정한다. 요구를 받는 순간의 운전자는 경찰관이 어떤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지, 신고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인지, 목격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자기 기준으로 “요건이 없다”고 판단해 거부했는데 법원이 반대로 본다면, 남는 것은 하한이 징역 1년인 측정거부죄와 필요적 면허 취소다.
무죄가 선고된 사례는 요건이 뚜렷하게 비어 있던 예외적 사안이었다. 그 사안에서도 운전자는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받았다. 무죄 판결은 수사와 재판이라는 절차를 전부 통과한 뒤에 나온 결과이지, 거부를 정당화하는 사전 허가증이 아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의 불심검문 단계에서 신분과 목적, 이유를 확인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요구를 받는 상황이라면 사실관계, 즉 언제 운전을 마쳤고 언제부터 마셨는지를 정확히 말하고 그 시각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해 두는 쪽이 현실적이다. 판단은 절차 안에서 이뤄진다.
자주 묻는 질문
Q.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의 요건을 갖춘 측정 요구를 거부하면 같은 법 제148조의2 제2항의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한다. 법정형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여기에 더해 제93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실제로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가 끝내 밝혀지지 않아도 이 죄는 성립할 수 있다.
Q. 음주운전 의심 신고만 들어와도 경찰이 측정할 수 있나요? 신고 접수 자체가 곧 측정 권한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조문은 ‘상당한 이유’를 요구한다. 다만 신고는 판단 자료 중 하나이고, 신고 내용의 구체성과 다른 정황이 합쳐져 요건이 채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26년 5월 보도된 1심 사례처럼 추측성 신고와 운전 후 상당 시간이 지난 음주 장면뿐이었다면 요건이 부정될 수 있다는 것이 판단의 요지다.
Q. 운전이 끝난 뒤에 술을 마셨는데 측정을 요구받으면 어떻게 되나요? 운전 종료 후의 음주는 그 자체로는 음주운전이 아니다. 그러나 요구 시점에 경찰관에게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응할 의무는 여전히 있다는 것이 조문의 구조다. 사후 음주 사실은 측정 이후 절차에서 시각 자료로 다투는 것이 정공법이다. 반대로 측정을 피할 목적으로 술을 더 마신 경우라면 제44조 제5항 위반이 되어 측정 거부와 같은 형이 적용된다.
Q. 측정 요구가 위법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요건을 갖추지 못한 요구였다면 그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측정거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그 판단은 기소 이후 법원의 심리를 거쳐 나온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정하고, 제325조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무죄를 선고하도록 한다.
Q. 음주측정 거부가 음주운전보다 무겁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법정형 범위만 놓고 보면 그렇다. 측정 거부의 하한은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 구간과 같고, 상한은 0.2퍼센트 이상 구간과 같다.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 구간(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다만 실제 선고형은 사안마다 다르다.
참고 법령
2026년 8월 기준 시행 중인 조문을 기준으로 정리했다. 법령은 개정되므로 확인 시점의 원문을 함께 보는 것이 좋다.
도로교통법
- 제44조 제1항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 제44조 제2항 (경찰공무원의 호흡조사 측정 권한과 ‘상당한 이유’ 요건, 운전자의 응할 의무)
- 제44조 제3항 (측정 결과 불복 시 동의를 받은 혈액 채취 등 재측정)
- 제44조 제4항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 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 이상)
- 제44조 제5항 (음주측정방해행위 금지)
- 제44조 제6항 (측정의 방법·절차 등 행정안전부령 위임)
- 제93조 제1항 제3호 (측정 불응 시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
- 제148조의2 제1항 (10년 내 재범 가중)
- 제148조의2 제2항 (음주측정 거부·음주측정방해행위의 벌칙)
- 제148조의2 제3항 제1호~제3호 (혈중알코올농도 구간별 음주운전 벌칙)
형사소송법
- 제307조 (증거재판주의, 제2항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
- 제308조 (자유심증주의)
- 제325조 (무죄의 판결)
경찰관 직무집행법
- 제3조 (불심검문)
이 글은 공개된 법령과 보도 내용을 정리한 일반적인 정보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그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진다.
작성: 볼법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