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라이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1·2심 가른 알고리즘 지휘·감독
앱 접속 중 보수·배차 통제 확인…계약 명칭보다 실제 노무관리 방식 따져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일한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본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1심 판단을 바꾼 이번 판결은 앱과 알고리즘에 의한 노무관리도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될 수 있다고 본 점이 핵심이다.
3일 선고된 항소심은 한 배달 플랫폼 라이더 A씨가 배달대행 플랫폼 운영사 B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플랫폼 라이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법원 판단이다.
항소심은 A씨가 회사 앱에 접속해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다고 봤다. 계약서의 명칭만으로는 근로자 여부를 정할 수 없고, 실제 업무 운영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다.
판단에는 라이더가 독자적으로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워 플랫폼 앱에 의존한 점이 반영됐다. 운영사가 보수 단가와 지급 방식을 정하고, 배차에서도 라이더에게 실질적인 결정권이 없었다는 사정도 함께 고려됐다.
특히 항소심은 디지털 기기와 알고리즘을 활용한 간접적인 관리 역시 지휘·감독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복수의 사업 참여자가 관여하는 플랫폼 노무관리의 특성도 판단 대상이 됐다.
근로기준법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정한다. 근로자성은 업무 내용의 결정, 지휘·감독, 근무시간과 장소의 구속, 보수의 성격, 제3자 대체 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실제 관계에 따라 종합해 판단한다.
같은 라이더라도 어느 법을 기준으로 보는지에 따라 보호의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노무제공 요청을 받는 사람을 별도의 ‘노무제공자’ 정의에 포함하고 있어, 산재보험상 지위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적용되는 규정도 달라진다. 상시 5명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가 제한되고, 해고 때에는 원칙적으로 30일 전 예고 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 지급과 해고 사유·시기의 서면 통지가 요구된다.
다만 부당해고 자체가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부당해고등에 관한 구제명령이 확정된 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다.
퇴직 뒤 임금 등 금품을 정해진 기한 안에 청산하지 않은 경우는 별도다. 근로기준법 제36조 위반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규정돼 있다.
이번 판단이 모든 플랫폼 라이더의 지위를 일률적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프리랜서나 위탁 계약의 형식을 취했더라도 앱 운영 방식과 보수·배차 통제 등 실제 노무제공 관계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참고 법령
-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제11조, 제23조, 제26조, 제27조, 제36조, 제109조, 제111조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의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