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교사 폭행하면 '학교폭력' 아니다…교권보호위가 처분 심의
학폭법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행위만 규정…교사 피해는 교원지위법이 별도 절차 초등 5학년은 형사미성년자…소년법 보호처분도 연령 하한 걸려 범위 제한
한 초등학교 상담실에서 학생이 교사를 20~30분간 폭행한 사안이 학교폭력이 아닌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분류돼 지역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받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4월 중순 한 지역 초등학교의 상담실에서 일어났다. 다른 학생과 다툰 뒤 분리 지도를 받던 5학년 학생이 상담실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교사가 막는 과정에서 폭행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생은 교사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고 의자와 책, 사물함에 있던 자료를 던졌다. 폭행은 교장과 교감 등 교직원 5명이 상담실에 도착할 때까지 20~30분가량 이어졌다.
사건 초기에는 다른 교직원이 함께 있었으나 교직원 회의로 자리를 비우면서 교사와 학생 둘만 남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교사는 전신 다발성 타박상으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이후 급성 스트레스 반응과 불면, 불안, 우울 증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고 현재 병가 중이다.
학교는 지난 4월 20일께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심의 결과와 경찰 신고·수사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사안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정의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법은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와 폭행, 협박 등으로 규정하고, 피해학생도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으로 한정하고 있다.
행위 주체에는 제한이 없지만 피해 대상이 학생으로 좁혀져 있어, 교원이 피해자인 사안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아니라 교권보호위원회가 맡는다. 같은 폭행이라도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적용 법률과 심의 기구, 부과할 수 있는 조치의 목록이 달라진다.
학교폭력으로 처리되는 사안에서 심의위원회가 요청할 수 있는 조치는 서면사과와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를 포함해 9가지다. 교원이 피해자인 경우 근거 법률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으로, 조치는 7가지다.
교원지위법은 학생이나 보호자가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게 형법상 상해와 폭행의 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이를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본다. 학교가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 것도 이 법이 정한 절차다.
같은 법은 학교장과 관할청이 침해 사실을 알게 되면 즉시 피해 교원에게 심리상담과 조언, 치료와 요양 등 보호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보호조치에 드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침해행위를 한 학생의 보호자가 부담한다.
가해자와 피해 교원을 즉시 분리하도록 한 조항은 2024년 3월 28일부터 시행됐다. 교원이 반대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분리해야 하고, 분리된 가해자가 학생이면 학교가 별도의 교육방법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침해학생에게 요청할 수 있는 조치는 학교에서의 봉사, 사회봉사,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이다. 다만 퇴학처분은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초등학생에게는 부과할 수 없다.
지난 2월 19일부터는 학교장이 심의 전에 먼저 조치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시행됐다. 소속 학생이 상해와 폭행의 죄에 해당하는 침해행위를 했고 피해 교원 보호를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학교에서의 봉사와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를 각각 또는 동시에 부과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장은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즉시 보고해 추인을 받아야 하며, 출석정지 기간은 교권보호위원회의 조치 결정이 나올 때까지로 정할 수 있다. 이 규정은 시행 이후 학교장이 침해행위를 알게 된 경우부터 적용된다.
다만 이 조항은 학교장이 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한 재량 규정이다. 교육장이 교권보호위원회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조치하도록 한 기한도 심의가 끝난 뒤에 적용된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 교사는 병가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고, 해당 학생은 등교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가 긴급 조치를 검토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교원단체 관계자는 “분리조치된 학생을 교사 1명이 1대1로 감당해야 하는 현재의 구조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며 “다수 인력이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상담실 비상호출벨 설치 등 안전 설비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형사절차는 별개다. 형법은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어, 통상 만 10~11세인 초등학교 5학년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대신 소년법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을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촉법소년으로, 소년부는 보호자 감호 위탁부터 장기 소년원 송치까지 10가지 보호처분 가운데 하나 이상을 결정할 수 있다.
처분에도 연령 하한이 있다. 사회봉사명령은 14세 이상, 수강명령과 장기 소년원 송치는 12세 이상에게만 할 수 있어 초등학교 5학년 나이에는 이들 처분을 부과할 수 없다. 소년법은 보호처분이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전과로도 남지 않는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안은 추진 단계에 있다. 정부는 일부 범죄에 한정해 기준을 만 13세로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형법과 소년법 개정안은 8월 현재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다.
교원지위법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한 보호자 등에게도 서면사과와 재발 방지 서약,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관할청은 침해행위가 형사처벌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다.
[참고 법령]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제4호, 제17조 제1항 [시행 2026. 6. 2., 법률 제21723호]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9조 제1항, 제20조 제1항·제2항·제4항·제5항, 제25조 제2항·제7항·제9항·제10항, 제26조 [시행 2026. 2. 19., 법률 제21350호. 제20조 제2항 분리조치는 2023. 9. 27. 개정·2024. 3. 28. 시행, 제25조 제9항부터 제13항까지는 2026. 2. 19. 신설] 초·중등교육법 제18조 제1항 형법 제9조, 제2편 제25장(상해와 폭행의 죄) 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 제32조 제1항·제3항·제4항·제6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