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액이 144억인데 왜 징역 8년일까, 그리고 판사가 형량을 잘못 읽으면 어떻게 되나
핵심 요약
- 임차인 127명으로부터 보증금 약 144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1심 재판장이 법정에서 “징역 8개월”이라고 주문을 낭독했으나 판결문에는 “징역 8년”으로 적혀 있었다. 1심의 형은 낭독된 대로 징역 8개월이 됐고, 검사가 항소한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됐다(2026년 6월 보도).
- 피해 합계가 144억원이어도 그 사실만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사기죄의 이득액은 피해자별로 따로 계산하고 합산하지 않는 것이 확립된 법리이기 때문이다.
- 판결 선고의 내용은 법정에서 낭독된 주문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판결문과 다르더라도 형의 내용 자체를 경정(수정)으로 바꿀 수는 없고, 상소로만 바로잡을 수 있다.
1. 어떤 사건이었나
보도로 알려진 사실관계는 이렇다. 40대인 피고인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약 2년간 다가구주택 임차인 127명을 상대로 보증금 합계 약 144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공범 2명과 함께 기소됐다.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지어 올린 다가구주택이었고, 조사에서는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고인은 다른 사람의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빌려 중개사로 활동하면서 공범들의 담보대출을 중개하거나 초기 자본금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1심은 2026년 2월 선고됐다. 그런데 재판장이 법정에서 낭독한 주문은 “징역 8개월”이었고, 판결문에 적힌 형은 “징역 8년”이었다. 피고인 측은 구두로 선고된 내용이 우선한다며 판결문을 낭독대로 고쳐 달라는 경정을 신청했고, 1심의 형은 낭독된 대로 징역 8개월로 정리됐다. 검사가 항소했고, 항소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공범 2명(1심 징역 6년, 징역 2년 6개월)의 항소는 모두 기각됐다.
항소심은 양형 이유로 “경제적 약자인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총 144억원 상당을 편취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 “범행을 기획·주도했는데도 당심에서까지 자신의 역할이 보조적이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2. 144억을 편취했는데 왜 형량이 몇 년 단위인가
전세사기 보도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질문이다. “피해액이 100억이 넘는데 형량이 왜 이것밖에 안 되나.” 답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 방식에 있다.
사기죄의 이득액은 피해자별로 센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사기 등의 범죄로 얻은 이득액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형을 무겁게 한다.
| 이득액 구간 | 적용 법조 | 법정형 |
|---|---|---|
| 5억원 미만 | 형법 제347조(사기) | 행위 당시 기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
|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제2호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 50억원 이상 |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제1호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여기서 갈리는 지점이 ‘이득액을 어떻게 세느냐’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기의 경우 피해자별로 이득액을 산정해야 하고, 서로 다른 피해자의 피해액을 단순히 합산해 특정경제범죄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시해 왔다. 같은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반복해 편취한 경우라야 하나의 죄로 묶어 금액을 합칠 수 있고, 피해자가 다르면 원칙적으로 별개의 사기죄가 성립한다.
이 사건에 대입하면 계산의 구조가 보인다. 합계 144억원을 피해자 127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약 1억 1천만원이다. 개별 임차인의 보증금 액수는 보도에 나와 있지 않지만, 각 임차인의 보증금이 5억원을 넘지 않는다면 그 각각은 특정경제범죄법의 가중 구간이 아니라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하게 된다. 즉 법적으로는 ‘144억원짜리 사기 1건’이 아니라 ‘수억 원 이하의 사기 127건’ 으로 취급될 수 있다.
죄가 127개여도 상한은 정해져 있다
그러면 사기죄 127개를 모두 더해 형을 매기면 되지 않느냐는 물음이 남는다. 형법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 형법 제37조는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여러 개의 죄를 경합범으로 묶는다.
-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는 경합범을 같은 종류의 형으로 처벌할 때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의 장기에 2분의 1까지만 가중하도록 한다. 다만 각 죄의 장기를 합산한 형기를 넘을 수는 없다.
행위 당시 사기죄의 법정형 상한이 징역 10년이므로, 사기죄만으로 구성된 경합범의 처단형 상한은 징역 15년이 된다. 죄가 10건이든 127건이든 이 상한은 달라지지 않는다.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은 상한을 끌어올리는 요소가 아니라, 그 상한 안에서 형을 무겁게 정하는 양형 요소로 작용한다.
반대로 피해자 1인당 편취액이 50억원을 넘는 사건이라면 출발점부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므로 형량의 지형이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총액이라도 피해가 소액으로 잘게 쪼개져 있을수록 법정형 상한은 낮아지는 구조인 셈이다. 전세사기가 유독 “피해액 대비 형량이 가볍다”는 인상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증금은 대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단위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법이 바뀌어도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기죄 법정형을 올려야 한다는 논의는 꾸준히 있었고, 실제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이미 저질러진 범행에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정한다. 이 사건 범행 시기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이므로, 그 이후 법정형이 상향됐더라도 재판에서는 행위 당시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처단형 범위를 정한다. 법 개정 뉴스와 진행 중인 재판의 형량이 어긋나 보이는 이유다.
3. 판사가 선고할 때 형량을 잘못 말하면 어떻게 되나
이 사건이 특히 화제가 된 대목이다. 판결문에는 8년, 법정에서 낭독된 말은 8개월. 어느 쪽이 판결인가.
판결은 ‘낭독되는 순간’ 내용이 정해진다
형사소송법 제38조는 재판을 재판서에 의하도록 하고, 제43조는 판결의 선고에 관해 “재판장이 하고, 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선고는 서면을 제출하는 절차가 아니라 법정에서 말로 이뤄지는 소송행위이고, 대법원도 선고 절차가 끝난 시점에 낭독된 주문의 내용으로 판결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다. 그래서 판결문에 적힌 형과 낭독된 형이 어긋나면, 기준이 되는 것은 낭독된 쪽이다.
경정으로는 형량을 되돌릴 수 없다
형사소송규칙 제25조는 재판서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등 명백한 오류가 있을 때 법원이 직권 또는 신청으로 경정결정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경정은 이미 선고된 재판의 내용을 그대로 두고 표기상의 잘못을 바로잡는 제도다. 선고된 형 자체를 다른 형으로 바꾸는 것은 경정의 범위를 넘는다. 8개월이라고 선고한 뒤 “사실은 8년이었다”며 형을 고쳐 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잘못 낭독된 형을 바로잡는 통로는 하나뿐이다. 상소다.
검사가 항소하지 않았다면 8개월로 굳었다
여기서 형사소송법 제368조가 결정적이다. 이 조문은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한다(불이익변경 금지). 피고인만 항소했다면 항소심은 징역 8개월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항소심이 징역 8년을 선고할 수 있었던 것은 검사가 항소했기 때문이다. 검사가 항소 기간(형사소송법상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안에 항소하지 않았다면, 낭독 과정의 착오로 정해진 징역 8개월이 그대로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 양형이 부당하다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가 정한 항소이유 중 하나이므로, 검사의 항소는 제도 안에서 예정된 시정 경로였다.
정리하면 이런 순서다.
- 법정에서 낭독된 주문이 판결의 내용이 된다.
- 판결문과 다르더라도 형의 내용은 경정으로 바꿀 수 없다.
- 남은 수단은 상소뿐이며, 형을 무겁게 하려면 검사가 상소해야 한다.
- 상소 기간이 지나면 그 형으로 확정된다.
4. 자격증을 빌려 중개했다면 별도의 처벌 문제가 겹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다른 사람의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빌려 활동했다는 부분은 사기와 층이 다른 문제다.
공인중개사법 제7조는 자격증의 양도·대여를 금지한다. 자기의 성명을 사용해 중개업무를 하게 하거나 자격증을 빌려주는 것도, 다른 사람의 성명을 사용해 중개업무를 하거나 자격증을 빌리는 것도 모두 금지 대상이다. 같은 법 제49조는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빌려준 쪽 역시 자격 취소 등 행정처분의 대상이 된다.
임차인 입장에서 보면 신호는 단순하다. 중개하는 사람의 이름과 게시된 자격증·등록증의 명의가 일치하는지, 공제증서상의 명의가 같은지를 계약 전에 확인하는 절차가 형식적인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5. 자주 묻는 질문
Q. 전세사기 집주인은 어떤 죄로 처벌되나요?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처음부터 없었는데도 이를 숨기고 계약해 보증금을 받았다면 형법 제347조 사기죄가 문제된다. 피해자 1인당 편취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가 적용돼 형이 무거워진다. 자격증 대여, 등록 없는 중개 등 별도의 위반이 겹치면 그 부분은 따로 판단된다.
Q. 단순히 보증금을 못 돌려준 것도 사기인가요? 반환하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 곧바로 사기가 되지는 않는다. 계약 당시에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는지, 그 사정을 숨겼는지(기망)가 핵심 쟁점이다. 무자본 갭투자 자체가 곧 범죄로 규정돼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처음부터 자기 자본 없이 보증금만으로 건물을 확보해 반환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면 기망 여부가 정면으로 다투어진다.
Q. 피해자가 많으면 형량이 그만큼 올라가나요? 합산 방식으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이득액은 피해자별로 계산하고, 여러 죄는 경합범으로 묶여 가장 무거운 죄의 장기에 2분의 1까지만 가중된다. 피해자 수와 피해 규모는 그 상한 안에서 형을 무겁게 정하는 양형 사유로 반영된다.
Q. 판사가 선고할 때 형량을 잘못 말하면 어떻게 되나요? 법정에서 낭독된 주문이 판결의 내용이 된다. 판결문에 다른 형이 적혀 있어도 경정으로 형을 바꿀 수는 없고, 상소로만 바로잡을 수 있다.
Q. 그러면 판결문은 아무 의미가 없나요? 그렇지 않다. 재판은 재판서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고, 판결서는 이유와 적용 법조를 담는 문서다. 다만 선고된 형과 어긋나는 상황에서는 선고 시 낭독된 내용이 기준이 된다는 것이 요지다.
Q. 항소심에서 형이 무거워질 수도 있나요? 검사가 항소한 경우에는 가능하다. 피고인만 항소했거나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이라면 형사소송법 제368조에 따라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참고 법령
- 형법 제1조(범죄의 성립과 처벌) 제1항
- 형법 제37조(경합범)
- 형법 제38조(경합범과 처벌례) 제1항 제2호
- 형법 제42조(징역 또는 금고의 기간)
- 형법 제347조(사기)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 형사소송법 제38조(재판서의 방식)
- 형사소송법 제43조(동전 - 재판의 선고·고지 방식)
-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항소이유)
- 형사소송법 제368조(불이익변경의 금지)
- 형사소송규칙 제25조(재판서의 경정)
- 공인중개사법 제7조(자격증 대여 등의 금지)
- 공인중개사법 제49조(벌칙)
이 글은 보도된 사실관계와 법령·판례의 일반적인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개별 사안의 법적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