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액이 144억인데 형량은 왜 8년일까 — 그리고 선고 때 형량을 잘못 읽으면 어떻게 되나
바로 답: 전세보증금 사기의 형량은 피해 총액이 아니라 피해자 1인당 편취액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대법원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이득액'을 단순일죄 또는 포괄일죄의 이득액으로 보고, 경합범으로 처벌될 여러 죄의 이득액을 합한 금액은 아니라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1989. 6. 13. 선고 89도582 판결, 대법원 1993. 6. 22. 선고 93도743 판결). 따라서 피해 합계가 144억원이라도 피해자 1인당 보증금이 5억원 미만이면 특경법이 아니라 형법 제347조 사기죄가 피해자 수만큼 성립하는 경합범이 되고, 2025년 12월 23일 전에 저지른 행위라면 처단형 상한은 징역 15년이다(구법 장기 10년에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의 2분의 1 가중).
2026년 6월, 다가구주택 임차인 127명에게서 보증금 약 144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피고인의 항소심 선고가 여러 매체에 보도됐다. 이 사건 1심에서는 판결서에 적힌 형과 법정에서 낭독된 형이 달랐다. 판결서는 징역 8년, 낭독된 주문은 징역 8개월이었고, 1심의 형은 낭독된 대로 징역 8개월이 됐다가 검찰 항소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여기서 두 질문이 동시에 남는다. 피해액이 144억원인데 왜 8년인가, 그리고 선고된 형과 판결문이 다르면 어느 쪽이 효력을 갖는가.
반환 능력 없이 보증금을 받으면 어떤 죄가 되나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임대차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받으면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가 성립한다. 자기 자본 없이 대출과 보증금만으로 건물을 취득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구조에서는, 계약 시점에 이미 반환 자력이 없었다는 점이 기망행위와 편취 고의의 핵심 쟁점이 된다. 여기에 남의 공인중개사자격증을 빌려 중개업무를 한 부분이 있으면 공인중개사법 위반이 사기와 별개로 겹친다.
행위별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편취액 기준은 피해자 1인당 금액이지 피해자 전원의 합계액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 어떤 행위 | 적용 조문 | 법정형 |
|---|---|---|
| 반환 능력 없이 보증금을 받아 편취 (피해자 1인당 편취액 5억원 미만) | 형법 제347조 제1항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2025년 12월 23일 이후 행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
| 피해자 1인당 편취액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이득액 이하의 벌금 병과 가능) |
| 피해자 1인당 편취액 50억원 이상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 이하의 벌금 병과 가능) |
| 피해자별 사기죄가 여러 개 성립 | 형법 제37조, 제38조 제1항 제2호 | 가장 무거운 죄의 장기에 2분의 1까지 가중 (구법 사기죄 장기 10년 → 상한 15년) |
| 다른 사람의 공인중개사자격증을 양수·대여받아 사용 | 공인중개사법 제7조 제2항, 제49조 제1항 제1호 |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
| 자격증 양도·대여 행위를 알선 | 공인중개사법 제7조 제3항, 제49조 제1항 제1호의2 |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
피해 합계가 144억원인데 왜 징역 8년인가
법이 이득액을 세는 단위가 ‘사건 전체’가 아니라 ‘피해자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이득액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하는데, 대법원은 이 이득액을 단순일죄의 이득액이거나 포괄일죄가 성립할 때의 합산액으로 한정하고, 경합범으로 처벌될 여러 죄의 이득액을 더한 금액으로는 보지 않는다(대법원 89도582, 93도743). 피해자가 서로 다른 임차인 여러 명이면 각 계약이 별개의 사기죄가 되고, 각각의 죄는 형법 제37조의 경합범으로 묶여 처벌된다.
숫자로 옮기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보도된 수치만으로 단순 계산하면 127명에 144억원은 1인당 평균 약 1억 1천만원이다. 피해자별 보증금이 모두 특경법의 5억원 문턱에 미치지 못한다면 각 건은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로 남는다. 같은 144억원이라도 한 사람에게서 144억원을 편취했다면 특경법 제3조 제1항 제1호가 적용돼 하한이 징역 5년(또는 무기)에서 시작하지만, 127명에게서 1억원대씩 편취한 사안은 법정형 10년짜리 죄 127개의 경합범으로 계산된다.
경합범이라고 형이 무한정 더해지지도 않는다.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는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의 장기에 2분의 1까지만 가중하도록 하고, 각 죄의 장기를 합산한 형기를 넘을 수 없다고 정한다. 개정 전 사기죄의 장기가 10년이므로 상한은 15년이다. 죄가 127개든 1,270개든 이 상한은 같다. 형법 제42조가 정한 유기징역의 일반 상한은 30년, 가중할 때 50년이지만, 경합범 가중의 한도는 제38조가 별도로 정하고 있어 이 사안에서는 15년이 천장이 된다.
판사가 선고할 때 형량을 잘못 말하면 어떤 형이 효력을 갖나
법정에서 낭독된 주문이 효력을 갖는다. 대법원은 판결이 선고에 의하여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지 판결원본의 기재에 의하여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선고된 형과 판결서에 적힌 형이 다르면 검사는 선고된 형을 집행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1981. 5. 14.자 81모8 결정). 판결서는 판결의 내용을 확인하는 문서일 뿐 판결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이 정한 선고 절차를 보면 이 결론이 자연스럽다. 제42조는 공판정에서의 재판 선고는 재판서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43조는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는 재판장이 한다. 판결을 선고함에는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판결서는 선고의 근거 자료이고, 외부에 효력을 발생시키는 행위는 법정에서의 낭독이다.
다만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대가 아주 짧게 열려 있다. 대법원은 주문 낭독으로 선고 내용이 외부적으로 표시된 뒤라도,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의 실수가 있는 경우처럼 변경 선고가 정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선고절차를 마치기 전까지는 주문을 정정해 다시 선고할 수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7도3884 판결). 그 절차가 끝나면 창은 닫힌다.
잘못 낭독된 형은 판결문 수정으로 고칠 수 있나
고칠 수 없다.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은 “재판서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잘못이 있음이 분명한 때”에 경정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하는데, 대법원은 이미 선고된 판결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경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1. 1. 28. 선고 2017도18536 판결). 형량은 판결의 내용 그 자체이므로, 선고된 8개월을 8년으로 되돌리는 것은 오기 정정의 범위를 넘는다.
그래서 남는 길은 상소뿐이다.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5호는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를 항소이유로 정하고 있고, 검사도 이 사유로 항소할 수 있다. 위 사건에서 1심의 형이 징역 8개월이 된 뒤 검찰이 항소했고, 항소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양형 이유로 “경제적 약자인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총 144억원 상당을 편취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 “범행을 기획·주도했는데도 당심에서까지 자신의 역할이 보조적이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공범 2명(1심에서 각각 징역 6년, 징역 2년 6개월)의 항소는 모두 기각됐다.
정리하면 이렇다.
| 상황 | 효력 | 근거 |
|---|---|---|
| 낭독된 주문 ≠ 판결서 기재 | 낭독된 주문에 따라 효력 발생, 검사는 선고된 형을 집행 | 대법원 81모8 결정 |
| 선고절차가 끝나기 전에 발견 |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주문을 정정해 다시 선고 가능 | 대법원 2017도3884 판결 |
| 선고절차가 끝난 뒤 발견 | 판결서 경정으로는 형량 변경 불가, 상소로만 시정 | 형사소송규칙 제25조, 대법원 2017도18536 판결 |
실제 선고는 법정형과 얼마나 차이가 나나
법정형은 형법이 정한 범위이고, 실제 선고에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사기범죄 양형기준이 권고 범위로 작용한다.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법원이 기준을 벗어나 선고하려면 판결서에 이유를 적어야 하므로 실무상 형량의 좌표가 된다. 사기범죄 양형기준상 이득액 구간별 권고 형량은 다음과 같다.
| 유형 | 이득액 | 감경영역 | 기본영역 | 가중영역 |
|---|---|---|---|---|
| 일반사기 |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 | 10월~2년 6월 | 1년~4년 | 2년 6월~6년 |
| 일반사기 |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 1년 6월~4년 | 3년~6년 | 4년~8년 |
| 조직적 사기 |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 | 1년 6월~3년 | 2년~5년 | 4년~7년 |
| 조직적 사기 |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 2년~5년 | 4년~7년 | 6년~11년 |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는 여기에 다수범죄 처리기준이 더해진다. 같은 일반사기끼리의 동종경합범이면 양형기준은 각 건의 이득액을 합산해 유형을 정하므로, 127건을 합한 144억원이 유형 결정의 기준이 되고, 그렇게 정해진 권고 범위 위를 형법 제38조의 15년이 다시 눌러 준다. 피해자가 127명이든 300명이든 이 계단은 같은 높이에서 멈춘다.
전세사기 사건만 따로 떼어 선고 형량을 집계한 공식 통계는 공표 자료 없음. 법원이나 법무 당국이 ‘전세사기’를 독립 범죄군으로 분류해 발표한 양형 통계는 확인되지 않으며, 언론이 개별 판결을 모아 계산한 수치가 인용되는 경우가 있으나 공식 집계와는 성격이 다르다.
2025년 12월 23일부터는 무엇이 달라지나
사기죄의 법정형이 올랐다. 법률 제21231호로 개정된 형법 제347조 제1항은 2025년 12월 23일부터 시행돼,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바뀌었다. 경합범 가중 상한도 함께 움직여, 사기죄만으로 이루어진 경합범의 처단형 상한은 15년에서 30년이 됐다(장기 20년에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의 2분의 1 가중).
다만 이 개정은 시행 전에 저지른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정하고, 제2항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돼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만 신법을 따르도록 한다. 이번 개정은 형을 무겁게 하는 방향이므로 제2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기준이 되는 것은 판결 시점이 아니라 기망행위와 보증금 수령이 이루어진 날짜다.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의 계약으로 구성된 사건이라면 판결이 2026년에 나오더라도 구법의 10년이 그대로 적용된다.
관련 법령
제1항: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법률 제21231호, 2025-12-23 공포·시행으로 10년/2천만원에서 상향). 시행 전 행위에는 형법 제1조 제1항에 따라 종전 법정형(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된다.
제1항 제2호: 각 죄에 정한 형이 같은 종류의 형인 경우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사기죄(구법 장기 10년) 수십 건의 경합범이면 처단형 상한은 15년이 된다.
이득액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대법원(89도582, 93도743)은 이 이득액을 단순일죄 또는 포괄일죄의 이득액으로 보고, 경합범으로 처벌될 여러 죄의 이득액을 합산하지 않는다 — 피해자가 여러 명이면 피해자별로 따진다.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는 재판장이 한다. 판결을 선고함에는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한다. 제42조: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는 공판정에서는 재판서에 의하여야 한다.
판결은 선고로 효력이 생기므로, 선고된 형과 판결원본에 기재된 형이 다르면 선고된 형을 집행한다. 대법원 2017도18536(2021. 1. 28.): 이미 선고된 판결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경정은 허용되지 않는다 — 형량 오류는 경정이 아니라 상소로 바로잡는다.
제1항 제1호: 제7조를 위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중개업무를 하게 하거나 자격증을 양도·대여한 자, 이를 양수·대여받은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자주 묻는 질문
전세사기 집주인 처벌 어떻게 되나요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이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받았다면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죄가 적용되어, 2025년 12월 23일 전 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그 이후 행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법정형이다. 피해자 한 사람에게서 받은 금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돼 하한이 징역 3년(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징역 5년)으로 올라간다. 남의 공인중개사자격증을 빌려 중개업무를 한 부분이 있으면 공인중개사법 제7조·제49조 위반이 별도로 성립한다.
전세사기 피해액이 수백억인데 형량은 왜 몇 년밖에 안 나오나요
법이 이득액을 피해자 한 사람 단위로 세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특경법 제3조의 이득액을 단순일죄나 포괄일죄의 이득액으로 한정하고 경합범으로 처벌될 여러 죄의 이득액을 합산하지 않으므로, 피해자 100여 명에게서 1억원대씩 받은 사건은 '수백억 사기 1건'이 아니라 법정형 10년짜리 사기죄 100여 개의 경합범이 된다. 경합범 가중은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 장기의 2분의 1까지만 가능해, 개정 전 사기죄 기준으로는 죄의 개수와 무관하게 징역 15년이 상한이다.
판사가 선고할 때 형량을 잘못 말하면 어떻게 되나요
법정에서 낭독된 주문이 효력을 갖는다. 대법원 1981. 5. 14.자 81모8 결정은 판결이 선고에 의하여 효력을 발생하고 판결원본의 기재로 효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어서, 둘의 형이 다르면 검사가 선고된 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보았다. 선고절차가 끝나기 전이라면 주문을 정정해 다시 선고할 수 있지만(대법원 2017도3884 판결), 절차가 끝난 뒤에는 판결서 경정으로 형량을 바꿀 수 없고(대법원 2017도18536 판결) 항소 등 상소로만 시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