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5년과 피해금 환수 0원이 함께 나온 이유
해외 거점을 둔 로맨스스캠형 투자리딩 범행에 관한 최근 1심 보도에서는, 조직을 주도한 사람에게 징역 15년과 1억 4천여만원의 추징이, 조직에 참여한 사람에게 징역 9년과 6천여만원의 추징이 각각 선고됐다. 보도된 피해자는 104명, 피해액은 101억원이다. 동시에 피해자들의 배상명령 신청은 모두 각하됐고, 보도상 피해금 환수액은 0원이었다.
서로 모순처럼 보이는 숫자지만, 형사처벌·추징·피해 회복은 같은 절차 안에 있어도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징역은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이고, 추징은 범죄수익 등을 박탈하기 위한 제재이며, 피해자에게 실제 돈이 돌아가는 문제는 배상명령, 민사상 청구, 법정 환급절차 등 별도의 요건과 재산 확보 여부에 좌우된다.
형량이 무거워지는 이유: ‘사기 금액’ 하나로 계산되지 않는다
형법 제114조는 사형·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집단을 조직·가입·활동한 사람을 그 목적한 죄의 형으로 처벌하는 규정이다. 그래서 전화·메신저·가짜 투자정보를 이용한 편취가 단순한 개인 범행을 넘어 조직적 범행으로 인정되는지 여부는 형량 판단에서 중요한 층위가 된다.
다만 역할 이름만으로 조직죄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성이 있는지, 역할 분담과 지휘·통솔체계가 있었는지, 계속적으로 운영됐는지, 그 범행 목적과 인식이 있었는지는 개별 사건의 증거로 판단된다. 전달·인출·유인 같은 역할을 맡았다는 사정만으로 전체 피해액에 대한 책임 범위나 적용 죄명이 자동으로 결론나지는 않는다.
이 사건 자료의 범행 기간인 2024년 1월부터 2025년 1월에는 형법상 사기죄의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었다. 이후 강화된 법정형을 그 이전 행위에 소급해 적용할 수는 없다. 여러 죄가 경합하면 형법 제37조와 제38조의 경합범 규정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의 장기를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어, 사기죄의 당시 장기 10년은 구조상 최대 15년까지 논의될 수 있다. 그렇다고 보도된 총피해액 101억원만 보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규정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법의 이득액 판단은 피해자별·범죄별 구성과 쟁점을 따져야 한다.
추징금은 피해자에게 자동 배분되는 돈이 아니다
추징은 몰수할 수 없는 범죄수익 등의 가액을 박탈하는 형사 제재다. 따라서 추징금 액수가 피해액과 다르거나, 추징이 선고됐어도 피해자에게 그 금액이 곧바로 배분되지 않을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보도된 추징액이 피해액보다 훨씬 작고 피해금 환수가 0원으로 보도된 것도, 형벌의 액수와 피해 회복액을 같은 숫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부 범죄피해재산에는 몰수·추징 뒤 피해자에게 환부하는 특례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는 대상 재산과 법정 요건을 충족할 때의 제도다. ‘추징 선고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나 환부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배상명령이 각하됐다는 뜻
배상명령은 사기 등 일정 범죄의 형사공판에서 직접적인 재산상 손해를 신속하게 배상하도록 명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그러나 피해자 성명·주소가 분명하지 않거나, 피해액이 특정되지 않거나, 배상책임의 유무·범위가 명백하지 않거나, 배상명령 심리가 형사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킬 우려가 있으면 법원은 신청을 각하할 수 있다.
이번 보도에는 어떤 각하 사유가 적용됐는지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피해자가 많다는 이유나 해외 거점이었다는 이유 하나를 각하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배상명령 각하’가 형사재판에서 곧바로 지급을 명하는 방식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뜻이지, 피해액이나 손해배상 문제 전체에 관한 판단을 한 문장으로 대체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배상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경우 피해 회복 문제는 민사상 청구 등 형사재판 밖의 절차에서 별도로 다뤄질 수 있다.
로맨스스캠·투자리딩은 언제 전기통신금융사기와 만나는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전기통신을 이용해 타인을 속여 자금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하게 하고, 송금·이체·교부·출금으로 이어지는 행위를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정의한다. 반면 재화 공급이나 용역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정의에서 제외하고, 대출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는 포함한다고 정한다.
따라서 메신저로 친밀감을 형성한 뒤 투자정보를 제시했다는 외형만으로 이 법 적용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 실제 기망의 내용, 자금 이동 방식, 재화·용역 제공을 가장한 것인지 등 정의 조항의 경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지급정지, 채권소멸절차, 피해금 환급절차라는 별도 통로가 법에 마련돼 있지만, 적용 대상인지와 사기이용계좌에 남은 재산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자주 묻는 질문
보이스피싱 전달책도 처벌받나요? 역할이 작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전달 역할만으로 범죄단체 조직죄나 전체 범행에 대한 책임이 자동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참여 경위, 인식, 지시 관계와 구체적 행위가 판단 대상이 된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면 형량은 얼마나 되나요? 정해진 단일 숫자는 없다. 적용 죄명, 범행 기간의 법정형, 조직성, 역할, 피해 규모와 횟수, 경합범 여부, 피해 회복 등 여러 요소가 함께 고려된다. 특히 법정형은 행위 당시 법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
피해자는 형사재판에서 배상받을 수 있나요? 사기 등은 배상명령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각하되거나 배상명령이 없더라도 그것만으로 손해 회복의 가능성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할 때에는 법이 정한 지급정지·환급 절차도 별도로 검토 대상이 된다.
결국 ‘징역 15년인데 왜 피해자는 한 푼도 받지 못했나’라는 질문의 답은 형사재판이 약해서가 아니라, 형벌과 피해 회복이 다른 제도이기 때문이다. 형량은 책임에 대한 판단이고, 추징은 범죄수익 박탈의 문제이며, 실제 회복은 배상명령의 요건, 별도 청구, 환급절차, 확보된 재산이라는 또 다른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참고한 법령과 조문 번호
- 형법 제37조, 제38조, 제114조, 제347조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2조제2호, 제3조, 제10조, 제15조의2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0조
-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제6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