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법 생기기 전에 저장한 불법촬영물·딥페이크, 지금 안 지우면 처벌될까

작성 완료 2026-08-21 15:54 · 발행 2026-08-21 · 최종 확인 2026-08-21 · AI 초안 작성, 편집자 사실확인

30초 요약

왜 이런 질문이 생기나

불법촬영물이나 딥페이크 성적 합성물을 만들거나 퍼뜨리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처벌 대상이었다. 반면 단순히 갖고 있거나 보기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만들어졌다. 불법촬영물은 2020년에, 딥페이크는 2024년에야 소지·구입·저장·시청 처벌 규정이 신설됐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이런 상황이 생긴다. 몇 년 전 단체 대화방에서 받아 자동으로 저장된 파일, 예전 휴대전화에서 그대로 옮겨온 백업 폴더, 오래돼서 존재 자체를 잊고 있던 영상. 저장한 시점에는 그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었는데, 지금은 있다. 이 파일들은 어떻게 되는가.

법령 원문만 읽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조문은 “소지한 자는 처벌한다”고만 적혀 있을 뿐, 규정이 생기기 전부터 이어져 온 상태를 어떻게 볼지는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 2026도541 판결이 답한 것이 정확히 이 지점이다.

기준일이 두 개인 이유

같은 휴대전화 안에 불법촬영물과 딥페이크 합성물이 함께 있어도, 언제부터 처벌 대상이 되는지는 종류에 따라 다르다.

대상근거 조문소지죄 시행일법정형
불법촬영물(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 및 그 복제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2020. 5. 19.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허위영상물(딥페이크) 편집물등 및 그 복제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제4항2024. 10. 16.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구입·소지·시청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5항1년 이상 징역

딥페이크 소지죄를 신설한 2024년 10월 16일 개정은 제14조의2 전체를 손봤다. 편집·합성 행위(제1항)와 반포 행위(제2항)의 법정형이 각각 5년 이하 징역에서 7년 이하 징역으로 올라갔고, 영리 목적 반포(제3항)는 7년 이하 징역에서 3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바뀌었다. 종전에 제4항에 있던 상습범 가중 규정은 제5항으로 밀려났다.

이 점이 실무에서 혼선을 만든다. 웹에 남아 있는 해설 중 상당수가 개정 전 기준으로 쓰여 있어서, 제14조의2 제4항을 여전히 ‘상습범 가중 조항’으로 설명하거나 법정형을 5년으로 적어둔 글이 적지 않다. 조문 번호와 형량을 확인할 때는 그 글이 언제 쓰였는지부터 봐야 한다.

문제가 된 사안

대법원이 판단한 사건의 사실관계는 이랬다. 피고인 A씨는 2019년부터 2020년 사이에 지인의 얼굴과 다른 사람의 신체 사진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허위영상물 195개를 만들어 저장했고, 그와 별개로 2014년부터 2020년 사이에 불법촬영물 113개를 저장했다. 두 종류 모두 2024년 12월 16일 수사기관의 압수 때까지 휴대전화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합쳐서 308개다.

저장을 시작한 시점은 두 종류 모두 각 처벌 규정이 시행되기 이다. 그런데 압수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불법촬영물은 시행일(2020. 5. 19.) 이후 4년 7개월가량, 딥페이크는 시행일(2024. 10. 16.) 이후 두 달가량 그대로 보관돼 있었던 셈이다.

항소심은 이 소지 부분을 무죄로 봤다.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 저장해둔 파일을 시행 후에 단순히 계속 갖고 있었을 뿐이고, 새로 내려받거나 다시 저장하는 것처럼 지배 의사를 새로 드러내는 별도의 행위가 없었다면 신설 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2026년 4월 30일 이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정의한 ‘소지’

판결이 밝힌 ‘소지’의 뜻은 이렇다.

‘소지’란 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이나 허위영상물을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지배관계를 지속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소지죄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했다.

촬영물이나 허위영상물임을 알면서 소지를 개시한 때부터 지배관계가 종료한 때까지 하나의 죄로 평가되는 이른바 계속범이다.

여기서 결론이 따라 나온다.

계속범의 실행행위가 처벌법규 시행 전에 개시되어 종료되지 않은 채 계속된 이상, 시행 이후의 행위에 대해서는 신설된 법규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으며, 시행 후에 따로 어떤 행위를 더 할 필요가 없다.

언론이 요약한 표현이 직관적이다. “가지기 시작한 때부터 삭제하거나 처분해서 더 이상 갖고 있지 않게 될 때까지”가 하나의 소지 행위이고, 따라서 “안 지웠으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계속범이 뭔가

형법에서 범죄는 행위가 끝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몇 가지로 나뉜다. 절도처럼 물건을 가져간 순간 행위가 완성되고 끝나는 범죄를 즉시범이라 부른다. 반대로 감금죄처럼 위법한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범죄 행위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보는 유형이 계속범이다. 누군가를 가둬놓고 있으면, 가둔 첫날뿐 아니라 풀어줄 때까지 매일이 범죄의 실행행위다.

대법원은 소지죄를 후자로 봤다. 파일을 저장한 그 순간에 끝나는 범죄가 아니라, 지울 때까지 계속 진행되는 범죄라는 것이다. 저장 버튼을 누른 시점이 아니라 지배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기간 전체가 실행행위가 된다.

“이건 소급 처벌 아닌가요”

가장 많이 나오는 반문이고, 이 판결을 오해 없이 읽으려면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다.

헌법 제13조 제1항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라 범죄가 되지 않는 행위로 소추당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형법 제1조 제1항도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규정한다. 이미 끝난 과거의 행위를 나중에 만든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판결은 그 원칙을 건드리지 않는다.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규정 시행 전의 저장 행위가 아니라, 시행일 이후에도 이어진 보관 상태이기 때문이다. 2020년 5월 19일 이전에 파일을 저장한 행위 그 자체는 여전히 처벌되지 않는다. 처벌되는 것은 그날 이후에도 계속된 소지다.

계속범이라는 성격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행위가 아직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었으므로, 진행 중인 부분 가운데 새 법이 시행된 뒤의 구간에 새 법을 적용하는 것은 이미 종결된 과거를 소환하는 것과 다르다. “소급 처벌”이 아니라 “시행 후의 소지 부분에 대한 처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하급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갈린 지점

두 판단은 같은 조문을 놓고 서로 다른 질문을 던졌다.

항소심의 질문은 “행위가 있었는가”였다. 소지죄도 범죄인 이상 시행 후에 무언가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시행일을 전후로 피고인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폰은 서랍에 있었고 파일은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시행 후에 처벌할 실행행위가 없다는 결론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대법원의 질문은 “행위가 끝났는가”였다. 소지는 행동이 아니라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고, 유지 자체가 실행행위다. 그러니 시행 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오히려 지배관계를 끊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실행행위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정리하면 대법원은 소지죄에서 요구되는 것은 ‘적극적 행위’가 아니라 ‘지배관계의 지속’이고, 그 관계를 끊는 방법은 삭제나 처분이라고 본 것이다.

실제로 문제 될 수 있는 상황들

판결의 논리를 일반화하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논점이 된다. 다만 개별 사건의 결론은 그 사람이 파일의 존재와 성격을 알고 있었는지, 실제로 지배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아래는 어디까지나 쟁점의 지도다.

단체 대화방에서 받은 파일. 대화방 자동 저장 기능으로 기기에 내려받아진 경우, 받는 행위 자체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파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 뒤로도 기기에 남겨두었다면 법원이 지배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받은 것’과 ‘갖고 있는 것’은 법적으로 다른 층위의 문제다.

오래돼서 잊고 있던 파일. 잊고 있었다는 사정은 고의를 다투는 재료가 될 수는 있어도, 파일의 존재와 성격을 인식한 이후에도 그대로 두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법원도 “촬영물이나 허위영상물임을 알면서 소지를 개시한 때부터”라고 표현해 인식을 전제로 삼았다.

클라우드와 백업. 물리적으로 손에 쥔 기기가 아니어도 본인 계정으로 접근·삭제할 수 있는 저장 공간이라면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라는 판시 문언에 포섭될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을 정면으로 판단한 사안은 아니므로 단정할 수는 없다.

참고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과 제14조의2 제4항의 조문 문언에는 “알면서”라는 표현이 들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인식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고의범인 이상 그 파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인식은 당연히 요구되고, 대법원 역시 위와 같이 인식을 전제로 소지의 시작점을 설명했다.

공소시효는 언제부터 세나

계속범으로 본 결과 하나가 더 따라온다.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은 공소시효를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정한다. 소지죄가 계속범이라면 종료 시점은 저장한 날이 아니라 지배관계가 끝난 날, 즉 파일을 삭제하거나 처분한 때 또는 압수 등으로 지배가 사라진 때다.

10년 전에 저장했으니 시효가 지났다는 계산은 그래서 성립하기 어렵다. 파일이 아직 기기에 있다면 시효는 시작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

이 판결을 읽을 때 주의할 점

확정 판결이 아니다. 대법원은 소지 부분을 무죄로 본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환송 후 재판에서 다시 심리·판단이 이뤄지며, 형량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이 사건 피고인이 해당 부분에 대해 유죄로 확정됐다고 말할 수 없다.

법리에 관한 판단이다. 대법원이 정리한 것은 “계속범인 소지죄에 신설 규정을 어떻게 적용하는가”라는 법리다. 개별 사건에서 실제로 유죄가 되는지는 인식, 지배 가능성, 파일의 성격 등 사실 인정 문제와 함께 판단된다.

다른 혐의와 구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이미 유죄로 본 부분(아동·청소년성착취물 관련 혐의 등)은 별개의 조문이 적용되는 다른 쟁점이다. 이 글이 다루는 것은 소지 부분에 한정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2020년 5월 19일 전에 저장한 불법촬영물이 아직 폰에 있으면 처벌되나요? 저장한 행위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그 이후로도 지우지 않고 보관해 왔다면 시행일 이후의 보관이 제14조 제4항의 소지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2026도541 판결의 법리다.

Q. 예전에 저장해둔 딥페이크 영상도 지금 처벌되나요? 딥페이크(허위영상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을 처벌하는 제14조의2 제4항은 2024년 10월 16일부터 시행됐다. 그 전에 저장한 것이라도 시행일 이후까지 갖고 있었다면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Q. 시행일 이후에 그 파일을 열어보지도 않았는데요? 대법원은 시행 후에 따로 어떤 행위를 더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열어보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소지가 부정되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Q. 지금이라도 지우면 그 전 기간은 없던 일이 되나요? 아니다. 삭제는 지배관계를 끝내는 행위이므로 그 시점 이후의 소지는 성립하지 않지만, 시행일부터 삭제 시점까지의 소지가 소급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소지 기간의 장단은 사건 처리와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는 사정이다.

Q. 단톡방에서 받기만 해도 처벌되나요? 조문은 소지·구입·저장·시청을 모두 처벌 대상으로 열거하고 있다. 받는 경위보다 그 파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 뒤에도 지배 상태를 유지했는지가 쟁점이 되므로, “받기만 했다”는 사정 자체가 면책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

Q.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영상은 조문이 다른가요? 다르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구입·소지·시청은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5항이 적용되며, 법정형이 1년 이상 징역으로 성폭력처벌법의 소지죄보다 훨씬 무겁다.

Q. 형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과 제14조의2 제4항은 각각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한다. 실제 선고는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정해지며, 이 사건은 환송 후 재판이 남아 있어 형량이 확정되지 않았다.

정리

핵심은 시점 하나다. 법이 묻는 것은 “언제 저장했는가”가 아니라 “언제까지 갖고 있었는가”다. 대법원은 소지를 지배관계를 지속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이를 계속범으로 보면서, 규정 시행 전에 시작된 소지라도 시행 이후까지 이어졌다면 그 이후 구간에 신설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소급 처벌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행위의 남은 부분에 대한 처벌이다.

참고 법령

관련 법령: 성폭력처벌법 제14조 ·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 대법원 판례 2026도541 (2026. 4. 30. 선고) · 형법 제1조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 형사소송법 제25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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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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